예수님의 족보에 이름을 올린 네 여인 — 지우지 않은 이름들
마태복음 1장의 족보는 대부분 누가 누구를 낳고의 반복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여자 이름이 네 번 끼어듭니다. 다말, 라합, 룻, 그리고 이름 대신 우리야의 아내라고만 적힌 사람입니다. 당시 족보에 여자 이름을 넣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넣더라도 자랑할 만한 이름을 넣었지 이런 이름들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네 사람이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그리고 왜 이 이름들이 지워지지 않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 1. 족보에 여자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
먼저 배경을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유대인의 족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남자의 기록이었습니다. 혈통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문서였기 때문에 여자는 원칙적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 1장에는 네 명이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정작 들어갈 법한 이름들은 빠져 있습니다. 사라도, 리브가도, 레아도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어머니로 존경받던 이름들입니다.
대신 들어간 네 사람은 하나같이 사연이 간단치 않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 2. 다말 — 시아버지를 속인 며느리
첫 번째 이름은 다말입니다. 창세기 38장에 그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말은 유다의 맏며느리였습니다. 남편이 죽자 당시 관습에 따라 둘째 아들과 맺어졌는데 그 역시 죽습니다. 유다는 셋째 아들마저 잃을까 두려워 다말을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여자에게 그것은 생계와 미래가 함께 끊기는 일이었습니다. 다말은 얼굴을 가리고 길가에 앉아 유다를 기다렸고, 그를 통해 쌍둥이를 임신합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유다는 그를 불사르라고 명합니다. 그런데 다말이 증거를 내놓자 유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나보다 옳도다(창 38:26).
족보에 오른 베레스가 이때 태어난 아들입니다. 속임수로 시작된 자리에서 다윗의 계보가 이어집니다.
💠 3. 라합 — 여리고의 기생
두 번째는 라합입니다. 여호수아 2장에 나옵니다.
그는 여리고 성의 기생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오기 직전, 정탐꾼 두 사람이 그의 집에 들어옵니다. 왕이 사람을 보내 수색하자 라합은 그들을 지붕의 삼대 속에 숨깁니다.
그가 정탐꾼들에게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여호와는 하나님이시니라(수 2:9, 11).
여리고 사람 전체가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그 두려움을 신앙의 고백으로 바꾼 사람은 라합뿐이었습니다.
성이 무너질 때 그의 집만 남았고, 그는 이스라엘 가운데 살게 됩니다. 이방인이었고 기생이었던 사람이 그렇게 계보에 들어옵니다.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있습니다.
💠 4. 룻 — 모압에서 온 과부
세 번째는 룻입니다. 룻기 전체가 그의 이야기입니다.
룻은 모압 여자였습니다. 모압은 이스라엘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민족이었고, 율법에는 모압 사람이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규정까지 있었습니다(신 23:3).
그는 남편을 잃은 뒤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돌아가라는 만류에 그가 한 대답이 유명합니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룻 1:16).
이삭을 주우며 생계를 잇던 그는 보아스를 만나고, 그 사이에서 오벳이 태어납니다.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습니다.
이스라엘 왕가의 증조모가 이방 여인이었던 셈입니다.
💠 5. 우리야의 아내 — 이름이 적히지 않은 사람
네 번째가 가장 눈에 띕니다. 마태는 그의 이름을 쓰지 않았습니다.
다윗 왕은 우리야의 아내였던 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밧세바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우리야의 아내라고 적었습니다.
사무엘하 11장의 일입니다. 다윗은 전쟁터에 나가 있어야 할 때 왕궁에 남아 있었고, 목욕하던 밧세바를 보고 불러들입니다. 그가 임신하자 남편 우리야를 전선에서 불러 집으로 보내려 하지만 우리야는 가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들에서 진을 치고 있는데 자기만 집에 갈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다윗은 우리야를 가장 치열한 전선에 세우고 뒤로 물러서게 해 죽게 만듭니다.
마태가 우리야의 아내라고 쓴 것은 그 사건을 지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스라엘 최고의 왕에게 있었던 가장 어두운 일을, 예수님의 족보 한가운데 그대로 남겨둔 것입니다.
✨ 6. 네 이름이 함께 말하는 것
네 사람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① 셋은 이방인이거나 이방과 연결된 사람이었습니다. 라합은 가나안 사람, 룻은 모압 사람, 다말도 가나안 지역 여인으로 봅니다.
② 넷 다 상처나 수치가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③ 넷 다 당시 사회에서 약자였습니다. 과부이거나 이방인이거나 힘없는 위치였습니다.
이 이름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는 사실이 이 족보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이것은 흠 없는 혈통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여자 이름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마리아입니다. 약혼한 상태에서 임신한 여자, 당시로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리에 있던 사람입니다.
마태는 이 명단 끝에서 이렇게 씁니다. 그리스도라 칭하는 예수가 나시니라.
📌 7. 이 족보가 남기는 것
족보를 읽다 보면 대개 빨리 넘기게 됩니다. 이름만 이어지니까요.
그런데 마태가 이 네 이름을 굳이 끼워 넣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 명단은 단순한 계보가 아닙니다.
속임수로 아이를 얻은 여자, 성벽 위에 살던 기생, 총회에 들어올 수 없던 민족의 과부, 그리고 이름조차 적히지 않은 채 남편의 이름으로만 불린 사람. 이 이름들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도 이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난 일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이 족보가 오늘 읽을 만한 본문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부끄러운 이름을 빼고 계보를 정리하지 않으셨습니다.
🎧 마태복음 1장 듣기
말씀묵상 LOOP에서는 KJV 원문을 가사로 담은 성경 찬양을 한 장씩 올리고 있습니다. 족보 전체가 가사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 참고
본문에 인용된 성경 구절은 KJV(King James Version, 흠정역)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다말의 출신과 네 여인을 족보에 넣은 의도에 관해서는 해석이 나뉘는 부분이 있어, 이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해를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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