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태복음부터였을까 — 신약을 여는 첫 책 이야기
말라기가 닫히고 400년이 흐른 뒤, 신약성경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마태복음이 나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은 네 복음서 중 가장 먼저 쓰인 책이 아닙니다. 가장 긴 책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맨 앞에 놓였을까요. 그리고 이 책은 왜 지루해 보이는 족보로 시작할까요. 마태복음을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 1. 마태는 어떤 사람이었나
마태는 세리였습니다.
당시 세리는 로마를 대신해 동족에게서 세금을 걷던 사람들입니다. 정해진 액수보다 더 걷어 차액을 챙기는 일이 흔했고,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들을 배신자로 여겼습니다. 성경에서 세리와 죄인이 한 묶음으로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마태복음 9장에 그가 부름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세관에 앉아 있던 그에게 예수께서 나를 따르라 하시자 일어나 따랐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부들은 그물을 두고 갔지만, 마태는 돌아갈 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선택이었습니다. 세관 자리는 한 번 떠나면 다른 사람이 앉으니까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같은 장면이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도 나오는데, 거기서는 그를 레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마태복음에서만 세리 마태라고 직업을 붙여 기록합니다.
또 하나. 10장의 열두 제자 명단에서도 마태복음만 그의 이름에 세리라는 말을 붙입니다.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표현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쓰면서 굳이 지우지 않은 것입니다.
💡 2. 누구를 위해 쓴 책인가
마태복음의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는 독자입니다. 이 책은 유대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근거는 책 곳곳에 있습니다.
첫째, 구약 인용이 유난히 많습니다. 네 복음서 중 가장 많습니다. 특히 이는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1장에서만 임마누엘 예언이, 2장에서는 베들레헴 예언과 애굽에서 부른 아들, 라마의 통곡까지 연달아 나옵니다.
둘째, 유대인의 관습을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마가복음은 유대 풍습이 나올 때마다 설명을 붙이는데, 마태복음은 그냥 넘어갑니다. 독자가 이미 안다고 전제한 것입니다.
셋째, 천국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다른 복음서가 하나님의 나라라고 쓰는 자리에서 마태복음은 대체로 하늘나라라고 표현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으려던 유대인의 관습을 반영한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마태복음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이 예수가 구약이 기다려온 그 메시아다라는 것을 유대인 독자에게 증명하는 것입니다.
📜 3. 왜 족보로 시작할까
마태복음 1장을 펼치면 낯선 이름이 사십 개 넘게 이어집니다. 처음 읽는 분들이 가장 먼저 지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족보가 첫 자리에 놓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유대인 독자에게 이 한 줄은 대단히 중요한 선언이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과 다윗에게 주신 왕위의 약속, 그 두 가지가 이 사람에게서 만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족보는 지루한 명단이 아니라 자격 증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명단에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당시 족보에는 여자 이름을 거의 넣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네 명이 들어 있습니다. 다말, 라합, 룻, 그리고 우리야의 아내로만 기록된 밧세바입니다.
넷 다 사연이 간단하지 않은 이름들입니다. 감추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뺄 수 있었을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 계보가 흠 없는 혈통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마태는 처음부터 드러냅니다.
※ 네 여인에 관해서는 따로 한 편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 4. 왜 신약의 맨 앞에 놓였을까
먼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마태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된 복음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록 순서에 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논의가 있습니다.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쓰였다고 보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마태복음이 먼저라는 전통적인 입장도 있습니다. 확정된 결론은 없습니다.
다만 배열 순서는 다른 문제입니다. 성경에 실린 순서는 기록 순서가 아니라 편집 순서니까요.
마태복음이 맨 앞에 놓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구약과 신약을 잇는 다리 역할을 가장 잘한다는 점이 큽니다. 구약 인용이 가장 많고, 족보로 시작해 아브라함과 다윗을 먼저 부릅니다. 말라기에서 책장을 넘긴 독자가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초대 교회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인용된 복음서였다는 점도 있습니다. 산상수훈과 주기도문처럼 가르침이 잘 정리되어 있어 교육용으로 쓰기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구약의 마지막 책인 말라기와 신약의 첫 책인 마태복음이 나란히 놓이게 되었습니다. 말라기가 엘리야를 보내겠다는 약속으로 끝나고, 마태복음 3장에서 광야의 소리가 등장합니다. 종이 한 장 사이에 400년이 있지만, 이야기는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 5. 마태복음을 읽을 때 눈여겨볼 것
28장을 읽어가실 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몇 가지 적어둡니다.
▶ 다섯 개의 긴 가르침 —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의 말씀이 길게 묶인 대목이 다섯 번 나옵니다. 산상수훈(5~7장), 제자 파송(10장), 천국 비유(13장), 공동체에 관한 가르침(18장), 마지막 때에 관한 말씀(24~25장)입니다. 각 묶음이 끝날 때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매라는 비슷한 문장이 붙습니다. 모세오경의 다섯 권을 염두에 둔 구성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 이루려 하심이라 — 이 표현이 나올 때마다 구약의 어느 구절이 연결되는지 살펴보시면 읽는 재미가 다릅니다.
▶ 천국이라는 단어 —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마태복음 특유의 표현입니다. 다른 복음서와 비교해 읽으시면 차이가 보입니다.
▶ 마지막 문장 — 마태복음은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로 끝납니다. 그리고 1장에서 아기의 이름이 임마누엘, 곧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이 같은 주제로 맞물립니다.
🎧 마태복음 시리즈
말씀묵상 LOOP에서는 KJV 원문을 가사로 담은 성경 찬양을 한 장씩 올리고 있습니다. 창세기 50장, 출애굽기 40장, 말라기 4장을 마쳤고 현재 마태복음을 진행 중입니다.
📌 참고
본문에 인용된 성경 구절은 KJV(King James Version, 흠정역)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복음서의 기록 순서와 저자 문제에 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나뉘므로, 이 글에서는 특정 입장을 주장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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